ART

[스크랩] 그림은 무엇으로 보는가.?

은초록별 2008. 1. 2. 08:15

그림은 무엇으로 보는가 .?

 

                                                        글(신혜영[갤러리상 큐레이터])

 

원로 동양화가 김동수 화백의 작품전이 얼마전에 끝났다.

섬세한 필치로  그린 산과 나무들이지만 骨氣만은 머리카락을 쭈뼛쭈뼛

세우리 만큼 강렬하였다.

전형적인 산수화를 감상하면서 작품에 내재한 정신과 장인적인 예술성에 감탄하고 있는 스스로를 바라보았다.

고백컨대 이러한 작품을 흠향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대견스러움이

몰려왔다.

그것은 그림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의 변화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현대미술은 즉흥적이고 개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중문화와의 혼성으로 인하여 일반사람들이 보기에 광고인지

디자인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양식이 다양하다.

어떤 작품은 전시장 벽과 작품의 구별이 모호할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현대미술의 특성에도 설득력있는 이유는 있다.

현대사회가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미술이 재기 발랄함과 독특함을 추구하는 동안 장인적인

노고와 깊은 통찰을 추구하는 정신의 윤기가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현대미술을 교육받은 세대이다.

10여 년 전만해도 은근한 멋의 전통산수화나 질박하고 조화로운

색채의 서양화를 지나간 시대의 미술로 치부하였다. 

 

김동수 화백의 작품 중 작은 설경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나지막한 산중턱에 자리한 소박한 집한 채와 주변의 마른 겨울나무,

평상에 걸쳐앉은 인물은 눈쌓인 설경을 관조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평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어떤 자극적인 이야기도 없는 그림이다.

그림앞에 선 나 또한 무색무취의 공기가 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허가 아닌 비워짐이었다.

 

그림을 보는 나의 시력이나 안구의 상태에 변화가 온 것이 아니었다.

동양화의 화론에 대한 특별한 이해가 첨가된 것도 아니다.

이것은 어릴 때 읽은 책을 나이든 후에 다시 읽으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정보가 눈에 들어오는것과 같다.

그림은 눈동자나 지식으로 보는것 같지만 둘 다 아닌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마음이나 그 당시의 감정만도 아니다.

등반을 하다보면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 따라 산의 형태와

지평선을 흐르는 선의 모양이 달라진다 .

그림을 보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신문에서 읽은내용을 옮겼습니다          -晶 山-

출처 : 그림은 무엇으로 보는가.?
글쓴이 : 정산 원글보기
메모 :